AI 영어논문 작성과 심사 대응 실무

맺음말

도구가 바뀌어도 남는 것

이 책을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처음의 두 질문이 결국 하나의 답으로 모인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저자가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다. 심사 의견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도 결국 “저자가 근거를 대고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다. 두 질문은 도구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구자가 자기 원고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지는가라는 하나의 문제였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생성형 AI의 기능은 이 책이 쓰인 시점 이후에도 계속 변할 것이다. 지금 유효한 프롬프트가 몇 년 뒤에는 불필요해질 수 있고, 오늘의 저널 정책도 개정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세 가지는 바뀌지 않는다. 첫째, 검증되지 않은 것은 쓸 수 없다. 존재하지 않는 인용, 확인하지 않은 수치, 원문을 읽지 않은 주장은 도구가 아무리 발전해도 연구자의 과실로 남는다. 6장의 3단계 검증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둘째, 밝히지 않은 것은 언젠가 문제가 된다. 투명성은 규정 때문이 아니라 신뢰 때문에 지키는 것이다. 공시문 한 문단이 연구자의 평판을 지킨다. 셋째, 심사자는 적이 아니다. 심사 의견은 내 논문을 무료로 읽고 개선점을 알려 준 전문가의 시간이다. Major revision은 문이 열린 것이고, Reject조차 다음 논문을 위한 자산이다. 이 관점을 갖는 연구자와 그렇지 않은 연구자의 차이는 5년 뒤 확연히 벌어진다. 비원어민 연구자에게 영어 논문은 오랫동안 불공평한 장벽이었다. 좋은 연구가 서툰 문장에 가려지는 일이 흔했다. AI는 그 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장벽이 낮아진 만큼, 내용으로 승부해야 하는 압력은 오히려 커졌다. 언어가 더 이상 변명이 되지 않는 시대에, 연구자를 구별 짓는 것은 연구 질문의 날카로움, 자료를 다루는 정직함, 그리고 비판에 응답하는 성숙함이다. 이 책이 그 세 가지를 기르는 데 작은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독자가 심사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 자신이 받고 싶었던 그런 심사 의견을 써 주기를 바란다. 연구실에서 이용직